선생님이 분필로 칠판 끝에서 끝까지 긴 선을 긋는다. 학생들을 바라본다.
선생님 : 이게 뭐냐?
학생 1 : 낙서요(단체 웃음)
선생님 : 지구다. 이 지구 상 어느 한 곳에 이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에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너희들이 지금 이곳 지구 상의 그 하고 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OO 고등학교, 그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선생님 : 지금 너희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인연이란 게, 좀 징글 징글하지?
인연을 설명하는 수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인연이라는 걸 너무나 잘 표현해준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의 한 장면인데요. 이병헌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번지 점프를 하다' 영화에서 나온 일부분이에요.
소중한 인연, 소중한 만남. 듣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단어들이죠. 물론 인연이 계속 되고 오래갔으면 좋겠지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오해와 멀어짐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은연 중에 만남 후에는 헤어짐이 있다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모든 관계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 사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가깝고 친밀해서 정말 가족 같았던 분과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멀어지게 되었어요. 수많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독 마음이 잘 맞고 마음이 닮은 사람이었는데, 인연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저 지인들 중의 지인 1로 되어버린 마음 아픈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잘 지내고 있는지 소식조차 묻기도 어색해진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가 형성이 될 때는 그 순간 부터 정해진 시간 만큼만 함께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래갈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짧은 순간에 뒤틀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이 있는 반면,
길게 가지 않고 스쳐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인연이 오히려 옆에 오래 남아있는 일도 일어나요.
제가 존경하는 한 분은 관계가 깨지는 걸 이렇게 표현 하시더라고요.
"관계가 끝이 날 때는 조금씩 금이 가서 깨지는 게 아니라, 유리창에 큰 돌을 던져서 와장창 깨지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린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크게 공감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먼 훗날에도 계속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요.
불가능하다고, 욕심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요.
영화에 러닝 타임이 있는 것처럼 관계의 정해진 러닝 타임도 있겠죠.
남은 시간 동안, 함께하는 시간 동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영화처럼
그 안에서 오래토록 함께하고 싶은 바램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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